잡 글

우주탐사, 우주진출

blueshirt 2020. 1. 4. 11:40

사람이 우주로 나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 질문을 바꾸어 우리는 우주 진출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후자의 질문이 좀 더 현명한 질문 같다. 지구에 사는 우리 인류 개개인이 우주 진출에 갖는 의미는 모두 다를 테니까. 같은 행선지의 비행기를 탔다고 하여 모두가 같은 목적/계획을 가지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아마도 우주탐사, 우주진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영화 같은 진짜가 보고 싶을 뿐이다. 아무리 SF 영화를 보아도, 혹여 SF 영화를 만들게 되더라도 영화 속 우주선을 타는 이들은 스크린 속 등장인물들 뿐이다.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배역조차도 실은 타는 것이 아니니 결국은 모든 것이 가짜인 것이다. 나는 우주로 나아가는 이들이(각자 어떤 의미를 갖던) 그들이 내가 만든 우주선에 타는 모습을 보고 싶다.(조금이라도 제작과 고안에 내 노력이 들어간 우주선) 거기에 내가 탈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전투기 제작자들이 전투기 조종사는 아니듯이 우주선을 만든다 하더라도 아마 나는 탈 수 없을 테다.

작년 말 우주추진시스템(propulsion system으로 으레 검색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는데, 우주는 군 입대 이후에도 꽤나 오래가고 있는 관심사이다. 정확히는 우주탐사 및 우주진출 기술이 꽤나 오래가고 있는 관심사이다. 그러나 이는 실로 오래된 관심사이기도 한데, 언제부터인가 싶으면 2008년, 초등학교 6학년, 가을 어느 날 밤 11시 잠을 자러 들어가기 일보 직전 엄마가 한 번 봐보라는 드라마, EBS에서 방영 중인 ‘닥터 후’라는 드라마를 봤을 때부터이다.

2008년에 봤던 닥터...

타임머신 우주선을 타고 지구도 구하고, 세계도 구하고, 우주도 구하고 뭐 그런 드라마인데, 그땐 내가 그저 SF를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6년이 지나고 같은 드라마 시즌 6에서 주인공이 1969년에 외계인(?)을 무찌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돌려보고 돌려보고 수 십번은 봤다.(아래 영상에서 9분 04초~ 9분 30초) 1969년은 달에 사람이 간 해인데, 주인공 닥터는 달 탐사를 생방송하는 TV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한다.

09m04s - 09m30s
Now, come on, a bit of history for you.
Aren’t you proud, because you helped?
Do you know how many people are watching this live on the telly?
Half a billion, and that’s nothing, because the human race will spread out among the stars, you just watch them fly. Billions and billions of them, for billions and billions of years.
And every single one of them, at some point in their lives, will look back at this man, taking that very first step, and they will never, ever forget it.

 

그로부터 5, 6년이 흘러 Space X의 Falcon Heavy의 보조 로켓들이 우주에 화물을 올려놓고 착륙하는 영상을 봤다. 울음이 나올 정도로 벅찼는데, 그러다가 문득 5,6년 전 들은, 위에서 이야기한 닥터의 대사가 떠올랐다. 수십억의, 수십억의 인류가 수십억의, 수십억 년 동안 우주로 나아가는데 내가 그 시작에 있구나 싶었다. 나는, 그러니까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세대는 앞으로의 우주 진출의 서막에 서 있는 셈이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던 시대는 오늘날 Giga byte의 정보량은 우스워하는 정보시대의 서막이었던 것처럼 우리는 앞으로 수십억에 그치지 않을 우주 진출의 서막 앞에 서있는 셈이다. 물론 나는 그 수십억의 수십억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는 것은 못 보고 죽겠지만, 이렇게 좋은 시간대에 태어났다는 생각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NASA는 1969년에 처음으로 달에 사람을 보냈고, 당시 NASA와 미국 과학계가 1980년대 화성유인탐사를 실행할 계획을 세웠던 걸 생각하면 2019년의 오늘이 그때로부터 그다지 크게 발전된 우주 시대는 아닌 듯하다. 즉 우주 진출의 시대는 유보된 셈이다. 그러나 어쩌면 잘된 일인 셈이다. 우리에게는 50년 전보다 강력한 과학지식과 진보된 기술이 있다. 우리에게는 운 좋게도 ‘시작’을 이끌어나갈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잡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읽기는 좋은 취미생활입니다  (0) 2020.04.13
보람은 경계선 위에서  (0) 2020.01.04
서로 격려하고,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모티프가 되는 공간  (0) 2020.01.04
[11] 군대  (0) 2018.06.03
[10] 필사하기  (0) 2018.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