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글

[8] 또 도서관

blueshirt 2018. 4. 24. 11:20

8. 별마당 도서관 가보기


진짜 크고 책 많은데, 저 높은 곳은 어떻게 꺼내나.

youtube에서 JM님의 영상을 구독해서 보는데, 그 중 "유튜버로 전업 하고 싶어요" 주제의 영상을 봤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뒷 배경이 너무 커다란 도서관이어서 저긴 어느나라인가... 싶은데, 한국이었고, 도대체 어딘가... 싶었는데 배경 중간에 잠깐 "별마당" 이란 키워드가 나와서 찾아가게 되었다. 요즘 1일 0.5~1책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 핑계로 이곳 저곳 책 읽기 좋은 장소들을 찾아다니는데, 이번에는 '별마당 도서관' 이었다.

위치는 코엑스, 삼성역 근처이다. 삼성역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것은 맥도널드에서 1955 버거 먹기였다. 서울대입구역에서도, 신촌에서도 사라지면서 사실 내게는 버거킹보다 맥도널드가 희귀해졌다. 오랜만이라 생각하며, 사실 배가 그리 고프지도 않은데, 어느새 1955 버거 세트를 고르고 있었다.(그나저나 맥도널드 무인포스기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IC카드 넣는 구멍을 찾기가 힘들다. 그 탓에 앞에 서있는 외국인 일행이 오랫동안 헤메고 있었고, 나의 빠른 버거를 위해 결제를 도와주었다. 결제 다하고 나니 옆 포스기에서도 다른 사람이 헤메고 있길래 도와줌.)

도서관에 이르니 크게 두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었다. 1. 책 읽는 사람, 2. 사진 촬영 하는 사람. 사진 촬영할 만큼 이쁘게 만들어놨다. 책도 정말 많다. 읽을 곳도 많고, 의자도 편하다.

2시 즈음 무슨 인문학 강연을 한다고 해서 앉아 있었다. 송동훈씨의 2018 그랜드투어 미리보기라는 이름의 지식향연이었는데, 동유럽 - 합부르크 가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클림트까지 세계사를 1시간동안 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1시간도 다 끝나고 나니 알았다. 그저 연도로 나열되는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들었다. 사라예보 사건이 있기까지의 오스트리아 왕가의 배경 이야기. 변화하는 유럽 속에서, 도태되고 있는 자국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오스트리아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
 한 때 빈이라는 도시는 문화와 예술의 절정지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런 빈을 수도로 가진 오스트리아가 1차 세계대전을 거치고,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을 보면서 막스 그라프가 남긴 말이 이야기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다.

" 빈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는 1차 세계 대전 전, 도시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 시대가 끝나리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고, 합스부르크 왕조가 몰락하리라는 것은 짐작조차 못했다. 우리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멋지게 즐겼으며 그 위를 비추는 빛이 파란만장한 일몰의 빛이라는 것은 한 순간도 생각하지 않았다."

1시간이 짧아 아쉬울 정도로 즐거웠다.

책은 '아버지의 시말서'라는 책을 읽었다. 제작년인가 작년에 샀던 책인데, 읽다 말다 하다가 결국 오늘에 와서야 다 읽었다. 이야기의 결말은 내 예상보다 슬펐다. 단순히 경비원 사직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과 그 뒷 이야기를 듣고 싶은 찰나에 책 마지막 페이지가 끝나 아련함이 남는 책이었다.

지식향연은 즐거웠다. 4월 26일부터 대학별로 돌아다닌다고 하니 따라다녀도 재밌을 것 같다. 그랜드투어라는 곳에 지원을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그 여행 일지나 여행 계획같은 것들은 모아서 나중에 혼자 떠나도 즐거울 것 같다. 우리나라 도서관 참 커다랗고 재밌는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도서관도, 파주출판도시도, 별마당 도서관도 책 읽기에 참 좋은 곳이다. 지금은 동생의 책 추천을 받아 읽고 있는데, 모르는 도서관 가서 모르는 책을 꺼내 들어 완독해보는 것도 해볼 법 할 것 같다. 아직은 두꺼운 책을 읽기 힘들어해서, (매번 좀 두꺼우면 잘 베고 잔다.) 얇은 책으로다가 조금씩 늘려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