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란 단어는 참 어렵다.
글1.
사람과 대화할 때에도, 글을 쓸 때에도, 심지어 전공책에서도 등장하는데, 나는 적당히 '적당히'라는 단어를 이해할 줄 모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사람 간의 대화에서 막힐 때가 있었고, 담담한 글을 쓰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었고, 나름 적당하다 생각하고 따라간 전공 실험과 수업은 터지기 일 수 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단어를 매주 한번씩은 이해의 문턱 앞까지는 가보는데, 매주 목요일 과외를 하러 가는 길인 오후 6시반의 강변북로에서이다.
항상 거기서 나는 '적당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차는 꽉꽉 막혀있고, 버스에서 바라본 자동차 떼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데, 2차선에서 4차선으로 유유히 승용자는 움직이고 있고, 버스는 도중도중 멈춰서는데도 경적소리 하나 듣지 않는다. 적당한 시기에 좌우 깜빡이 몇번하면 꽉 붙어가는 것처럼 보였던 앞차, 뒷차 간격이 벌어지고, 어느새 옆차는 그 사이에 들어와 있었다.
강변북로에서 운전연습을 하면 '적당히'라는 단어를 체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글2.
오늘도 여전히 과외를 가면서 버스 맨 앞에 앉아 강변북로의 적당함을 바라보고 있는데, 나랑 비슷한 차를 보았다.
버스 바로 앞쪽 옆차 였는데, 제 딴에는 앞차와의 간격도, 달리고 있는 지금의 속도도 알맞다고 생각했나보다. 한대, 두대 승용차들이 버스 바로 앞쪽 옆차인 그 차 앞으로 끼어들어왔고, 내가 타던 버스는 그 차를 추월해 버렸다. 제 딴에는 적당하다고 생각하다 멈칫멈칫하게 되는게 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예전과 같이 나는 다시 보통의 존재가 되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같이 달리던 옆차인 버스를 보내고 멀어지던 그 차를 보면서 적당히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그와 비슷한 '보통'이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인지 알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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