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글

[1,2,3] 하루 만에 세 개를 해버렸다.

blueshirt 2018. 4. 12. 00:19

1. 평일에 굳이 근처 영화관 안가고 용산 CGV 아이맥스까지 가서 영화보고 오기.
2. 지하철 카드 찍고 들어가서 지하철 구경 겸 지하철 하나 걸러 타기.
3. 오늘 놀 거 귀찮아서 내일로 미루기


사실 휴학 신청은 월요일에 했다. 승인은 화요일에 났으니 위 세개는 4월 10일에 있었던 일들이다. 그래봤자 어제 일이다. 휴학을 하니 하루가 참 긴 것 같다 (과제 할 땐 정말 짧았는데). 어쨌든 휴학 승인 첫 날, 저 세가지가 떠올라 하나씩 해보았다.

1. 평일에 굳이 근처 영화관 안가고 용산  CGV 아이맥스까지 가서 영화보고 오기.
용산 아이맥스까지 갈려면 버스 타고 35분은 가야한다. 물론 내려서 CGV까지 걸어가는 건 별도의 추가 시간. 영화를 영화관 가서 보는 것이 대략 1년 만인 것 같다. 영화는 한번 보는데 2시간은 족히 잡아놓고 시작을 해야하니, 영화볼 시간을 낸다는 것이 엄두가 안났다. 그나마도 본다면, 집에서 youtube로 구매한 영화 보기. 일 년에 3,4편 정도 보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영화관에 들어가보니 스크린이 정말 컸다. 아이맥스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차라리 거인이 혼자 의자에 앉아 보는 것이 더 알맞아 보일 정도였으니, 그런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참 낯설었다.
 영화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봤다. 큰 화면과 스피커는 역시 태블릿 PC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재밌었고, 압도적이었지만, 역시 나의 지갑은 떠나보낸 19,000원을 아쉬워했다. (그나저나 엔딩크레딧까지 봤는데, 엔딩크레딧 2,3분 동안 장난감 회사들 이름만 주르르륵 나온 것 같다.)

2. 지하철 카드 찍고 들어가서 지하철 구경 겸 지하철 하나 걸러 타기.
용산에 갈 때에는 버스를 타고 갔지만, 집으로 돌아갈 땐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다.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내려 2호선을 탔다. 2호선은 참 사람이 많다. 예전에 통학할 때에는 정말 열차 하나 하나가 내 출석을 결정했던 것 같다. 제 때 타더라도, 항상 "열차 간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라는 말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었다. (발 구른다고 지하철 가는 것도 아닌데)
이번에 갈아탈 2호선도 사람이 많았다. 붐비는 저 인파의 일원이 되기 보다, 그저 앉아서 봤다. 사실 매일 보던 거니, 관찰한다고 지하철이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열차 하나 보내고 기다려서일까. 사람이 한산한 2호선 신차가 다음 차로 왔다. 참 넓다. 벌써 에어컨도 나온다. 선반이 없어진 것은 아쉽지만, 있었다고 해도 크게 붐빌정도로 사용하는 경우는 못봤던 것 같다.
 오후 6시, 강남쪽 방향의 2호선이 한산한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3. 오늘 놀 거 귀찮아서 내일로 미루기
아 정말 휴학하고 최고의 여유로운 짓이었다. (비록 휴학 승인 1일도 안 지났지만.)
영화를 보고, 1호선을 탔을 때, 영등포에서 내려 잠깐 휴대폰 케이스를 바꾸러 갈까 했다. 영등포역 맞은편에는 타임스퀘어라는 곳이 있는데, '가구 구경도 하고(취미가 가구 구경이다. 살 수 없고, 사도 둘 곳이 없어 더욱 간절하고 구슬픈 아이쇼핑), 폰 케이스도 바꾸고, 즐거울 것 같은데, 아 할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미뤘다. 내일? 혹은 다음 주 언젠가 하기로 미뤘다. 과제는 미뤄본적이 있어도, 놀 수 있을 땐 힘들어도 최대한 놀려고 노력했었는데, 이제는 귀찮으면 오늘 놀 거도 내일로 미룰 수 있게 되었다. 강풍에, 하늘은 비가 올 것 같고, 지하철을 나갔다 들어오기가 귀찮아 결국 2호선으로 갈아타러 신도림으로 향했다.

'100가지'란 단어는 결국에는 일종의 상징적인 의미가 될 것 같다. 사실 50개 정도만 채워도 정말 바쁘게 산 휴학일 것이다. 딱 귀찮지 않을 정도로만, 고민하고 움직여야지. 뭐든 설렁설렁 대충대충 시작할 때가 제일 즐겁다.